실로 세속적인 다이어리

한의원 방문한 소소한 이야기


지난 두 주간 때아닌 장염으로 아주 심적으로 홀쭉해진 채, 웃는게 웃는게 아닌 삶을 살고 있었다.
(실제로 홀쭉해지지 않은 이유는 병마와 싸우느라, 평소 못지 않게 많이 퍼먹었기 때문..)

토요일을 감사히 맞이하여,
아내와 함께 한의원을 방문했는데,
방문 목적은 아내의 아토피 치료!

장염 이야기는 그냥 써두고 싶어서 쓴 거다. 나중에 보고 아아- 내가 장염으로 고생하던 주말에도 나는 아내를 위해 기꺼이 주말외출을 감행했다는 것을 아내에게 어필내고 이쁨받기 위해서랄까(...)

여튼,
방문한 한의원은 경기도 어디쯤에 위치한,
아니, 그냥 지하철역명으로 적는게 편하겠다.

분당선 구성역에서 버스 두어정거장 거리, 벽산관리사무소라는 이름을 가진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위치한 ㅇㄹ한의원.

한의원에서 뭐 받은 거 없으니까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는 걸로.(실로 세속적이다!)

아내가 학생 때 아토피가 얼굴로 올라와서
병원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찾은 양한방합진의료원이 있었는데, 한약 값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실제로 상당히 호전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그 병원이 없어졌다는 거.
그 시점에도 이전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의사 아저씨께서 명함에 이전 주소도 적어주시고 그랬단다. 그 명함도 같이 없어진 게 문제지.

그랬는데,
그 명함이 짐정리 중에 발견됐으니, 요즘 스트레스 때문인지 환절기 때문인지(혹은 미세먼지 때문인지..ㅂㄷㅂㄷ) 피부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던 아내와 아내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 하던 무용지물 남편에게는 실로 반가운 잡동사니(죄송합니다 한의사쌤)였던 것이다.

그래서 갔다.

위치를 네이버 지도로만 봤을 때 녹음이 우거지고 노루가 뛰놀고 있지 않을까라는 망상을 잠시 했었는데 사실 지극히 평범한(실망) 도심 시가지였다.

나중에 들은 한의사쌤 말씀으로는 서울에 사람이 너무 많고 부대끼며 살기에 조금 지치셔서 살짝 경기쪽으로 빠지신건데 너무 좋으시다고..!

버스 정류장 내리자마자 맞은 편 건물 3층에 한의원이 위치해있었고, 들어서자마자 굉장히 밝은 간호사쌤이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밝게 환자 맞이하는 간호사쌤은 맹세코 처음 봤다.

아내는 거의 바로 진료받으러 들어가고 혼자 밖에서 폰만지면서 놀고 있는데 간호사쌤이 한방차를 한잔 내주셨다.

"원장선생님께서 만드신 한방차인데 드셔보세요~ 젊은 분들은 안 좋아하실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하시면서.

받아서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삼키는 그 순간 날아온 하이톤의 "맛없죠?"라는 악의없는 간호사쌤의 질문에 빵 터져서 진심 다시 뱉을 뻔 했다.

이미 목구멍으로 넘어갔기 망정이지.. 다행히 늦지 않게 "건강해질 것 같은 맛이네요~"라는 대답을 드릴 수 있었다.

한 10여분 지났을까, 침 맞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아내가 알려주러 잠시 나왔다가 혼자 잘 놀고 있는 거 보고 안심하고 침 맞으러 가고..

침도 다 맞고 수납까지 끝낸 뒤에 한의원을 나선 둘은 배가 고파서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를 고민하던 끝에 횡단보도 건너편에 보이는 수상한 배색의 거대 건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그 유명한, 인터넷으로만 보던 이마x 트레이더스였다!
식사를 저기 가서 하자는데 중지를 모으고 트레이x스를 들어섰더니 거의 들어서자마자 코스트x를 방불케하는 거대한 푸드 코트가..ㅋㅋ

메뉴를 고르는데 아내는 빠네 파스타를, 남편은 비프 베이크를 골랐는데 아내가 부족하지 않겠느냔다.

그래서 물어봤다. "아내, 베이크 먹어본 적 없지~~" 랬더니 먹어본 적 없다고..ㅎㅎ
평소 남편의 과식 폭식을 싫어하는 아내지만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거기다가 치즈피자 1조각을 더 결제해주고 말았다.

식사를 즐기면서 진료 이야기를 물어봤는데,
한의사쌤 말씀으로 양방은 염증이 생기면 염증을 다스리고, 한방은 염증이 생기면 염증 자체보다는 그 원인을 제거하는데서 진료의 목적과 관점이 다르다고 하셨단다.

결국 한약은 치료약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대로 보약의 개념이 맞는데, 원인이 제거되어 증상이 사라지면 그것 또한 치료로 볼 수 있지 않겠냐고, 뭔가 양한방 합진하시던 분이시라 그런지 양방의학을 굉장히 존중하시는 뉘앙스로 말씀을 하시더란다.

평균 1달 정도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되고 3개월 정도면 대개 체질이 개선되어 병이 어느 정도 다스려진다고 한다.

두고 보면 알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2주 분 2x만원을 (아내가) 결제했다.
우리 형편에 적은 돈이 아니지만,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길 바란다.

정말, 아토피는.. 애매하다. 당장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건 아니지만 겪어본 사람, 혹은 그 가족이 아니면 그 참상(...)을 이해하기는 정말 쉽지 않을거다.

여담이지만 주변에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주길..
아토피에 대해서는 다음에, 철저한 준비를 거쳐서 별도 카테고리에 장문의 글을 작성해볼 생각이다.

뭐 비프베이크 입에 집어 넣으면서 듣느라 한 20%정도는 놓쳤지만 이 정도면 아내 말을 정말 잘 새겨들은 거라고 생각된다. (어필어필)

이x트 트레이더스를 한 바퀴 대충 둘러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한의원 방문일 일정을 모두 마무리 짓고 귀가를 했다.

어쩌다보니 한의원 방문기가 블로그의 첫 글이 되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기록하지 않은 기억은 빠르게 잊혀지고, 그로 인해 지난 시간은 항상 짧고 덧없이 느껴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삶을 돌이켜 생각했을 때,
추억거리가 적당히 있는 삶으로 만들어볼 목적으로 일기와 사실관계가 정리된 상식 혹은 시사에 대한 글, 상상력으로 채운 습작들, 그리고 여행기, 여유가 된다면 리뷰까지로 블로그를 채워보려고 한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아주 소소한 재미라도 드릴 수 있는 글로 가득한 블로그로 티스토리에 이름 날릴 그 날을 머지 않은 미래에 맞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kind regards,
R. Lu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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